맏딸의 제사주재자 시대의 도래
▲德川 위철환(33세, 양곡공파, 장흥 장평,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장, 前대한변호사협회장)
"연장자인 딸이 있는데 어린 아들이 제사의 주재자로서 우선된다고 하니 똑같은 자식으로서 너무 부당합니다"
피상속인은 1993년 배우자와 혼인하여 1994년에 장녀, 2000년에 차녀를 각 낳았다. 한편 피상속인이 배우자와 혼인 관계를 유지하던 중인 2006년에 다른 여성과 사이에 혼외자인 장남을 얻었다.
그런데 피상속인이 2017년 4월 16일 사망하자 장남의 생모는 피상속인의 유체를 화장한 후 그 유해를 재단법인이 운영한 추모공원에 봉안하였다. 이에 피상속인의배우자와 딸들은 위 재단법인과 장남의 법정대리인인 생모를 상대로 하여 법원에피상속인의 유해를 인도할 것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제1심법원은 장남이 제사주재자로서 피상속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의 생모는 법정대리인으로서 그 유해를 점유·관리하고 있다고 보아 유해에 대한 권리가 배우자와 딸들에게 있음을 전제로 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곧이어 제2심법원 역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러자 배우자와 딸들은 이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기에 이르렀다.
위 사건의 쟁점은 장례 후 유골함에 담겨 봉안된 피상속인의 유해에 대한 권리가 공동상속인 중 누구에게 있는가에 있다. 종래 2008년에 선고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상속인의 유체·유해를 민법 제1008조의 3 소정의 제사용 재산에 준해서 보아 제사주재자가 이를 승계하되 제사주재자는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래서 위 제1, 2심 법원은 종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23년 5월 11일에 선고한 2018다248626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즉, 종전 전원합의체 판결을 변경한 것이다.
변경된 대법원 판결 이유의 요지는 후술하는 바와 같다.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제사주재자에 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장남 또는 장손자 등 남성 상속인을 제사주재자로 우선하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보장하는 헌법 제36조 제1항의 정신에 합치하지 않는 바 제사용 재산의 승계에서 남성 상속인과 여성 상속인을 차별하는 것은 이를 정당화할 만한 합리적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공동상속인들 사이에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제사주재자의 지위를 인정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는 한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중 남녀, 적서를 불문하고 최근친의 연장자가 제사주재자로 우선한다고 보아야 한다.
제사주재자는 제사용 재산에 관한 권리를 가짐과 동시에 유체·유해의 처리 또는 분묘의 관리 등에 관한 의무를 부담하고 향후에는 제사주재자의 일 처리나 의무부담이 더욱 부각될 수 있으므로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같은 근친관계에 있는 직계비속 사이에서는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이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 같은 순위자들 사이에서 연장자를 우선하는 것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등 우리 법질서 곳곳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
다만 제사주재자 결정 방법에 관한 새로운 법리는 법적 안정성과 당사자 신뢰 보호를 위하여 이 사건을 제외하고는 이 판결 선고 이후에 제사용 재산의 승계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살피건대 과거의 조리에 부합하였던 법규범이라도 사회 관념과 법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게 되었다면, 대법원은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배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법규범이 현재의 법질서에 합치하도록 하여야 한다.
오늘날 조상에 대한 추모나 부모에 대한 부양에서 아들과 딸의 역할에 차이가 없고, 제사와 제사용 재산의 승계제도는 조상숭배라는 전통에 근거하는 것이면서도 헌법상 개인의 존엄 및 양성평등의 이념과 조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제사주재자를 정할 때 여성 상속을 열위에 두는 것은 이러한 현대적 의미의 전통에 부합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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