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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러시아대사, 위성락 교수

2018.02.14 12:56

碧泉 조회 수:385

 위성락 교수의 한국 외교의 갈 길
(한반도 위기의 향배는 대미 외교에 달렸다.)
 

◇위성락 前러시아대사 약력
34세
청계공파
1954년 장흥 관산 옥산출신
남성고, 서울대 졸업
외무고시 합격
서울대 객원교수·
前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리셋 코리아 외교안보분과장

위 前대사는 외교부의 대표적 '북미·북핵통'이자 러시아 업무로 능숙한 러시아통이기도 하다. 미국 몬터레이 군사언어연구소에서 러시아어를 연수하고 주러 대사관에서 1등서기관으로 근무한데 이어 본부에서 러시아 담당 동구과장을 역임했다. 한·소 수교의 물꼬를 튼 1989년 11월 영사처 설치 협상과정에서 실무적으로 참여, 협상 진전을 이끌어냈다. 제2차 북핵위기가 발발한 2003년 북미국장으로서 북핵 업무를 담당했다. 2009년 3월부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으로 북핵 문제를 지휘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 이후 공전하던 비핵화 대화가 재개될 때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라는 3단계 접근법을 마련해 주변국과 조율하기도 했다. 이 접근법에 따라 남북은 2011년 7월 6자회담이 열리지 않는 기간 사상 최초로 비핵화 회담을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되지 않으면서 재임 기간인 2년 6개월간 공식 6자회담에는 한차례도 참석하지 못했다. 2011년 11월 주러시아 대사로 부임했다. 차분하고 섬세한 성품이지만 한번 세워진 원칙은 소신과 강단을 갖고 밀어붙이는 전략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출처:위키백과)

◇한반도 위기의 향배는 대미 외교에 달렸다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분명 위기다. 우선 드러난 현상만 보더라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고 미국은 최대 압박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래서 미북 대립은 수십 년래 최고조다. 군사적 충돌이 이처럼 공공연히 거론되는 일도 없었다. 더욱이 현상의 이면에 있는 각국 간 역학 관계를 보면 위기의 깊이를 알 수 있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거부하면서 미국 본토 타격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과 건곤일척(乾坤一擲)의 담판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트가 6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그런 담판을 용납할 것 같진 않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미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대응할 의무를 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진보 정부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관점이 같지는 않다. 북한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북·중 관계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압박에 동참하자 크게 악화하였다. 한·중 관계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보복으로 엊그제까지 사상 최저였다. 외적 상황이 이런 동안 국내에서도 국면에 영향을 주는 변화가 있었다. 촛불 시위와 탄핵을 거쳐 새 정부가 탄생했다. 정치적 열기 속에 집권한 정부는 변화와 개혁을 소임으로 인식하며 새 대북 구상을 가다듬었다. 그런데 북한이 출범 초부터 도발하자 정부는 미국과 공조하여 압박을 강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지지층의 기대에 맞춰 당초 구상했던 평화 제안도 내놓았다. 국제 압박 공조와 대북 평화 제안이라는 두 트랙을 합성한 하이브리드 접근이다. 정부는 두 트랙을 번갈아 구사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외적 상황이 지속해서 악화하자 시험대에 서게 되었다. 두 트랙이 실제 운용에서 대항 관계였기 때문이다. 평화 제안은 대미 공조에 도움이 안 되고 대미 공조는 평화 제안에 도움이 안 되었다. 긴장은 고조되고 국내에서는 전쟁 걱정과 함께 대화로의 국면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사실, 전쟁 위험을 줄이려면 북·미 대화 국면을 열어야 한다. 그러려면 추진 여건이 되어야 하고 또 비핵화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간의 경위는 여건부터 미비하였음을 보여준다. 좋은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의 도발이 한동안 잠잠하자 이를 활용하여 북·미 대화를 열자는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결국 북한이 75일의 침묵을 깨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북·미 대화를 기대하였던 쪽은 미국의 테러 지원국 지정 때문에 북한이 반발했다며 크게 실망하였다.
◇북·미 갈등은 예정된 수순
하지만 복기를 해보면 북한과 미국의 대응은 이미 예정되었음이 드러난다. 북한은 지난 2년여 동안 미국 본토 타격 능력 과시라는 행로에서 머뭇거린 적이 없다. 트럼프 등장 후에도 ICBM과 핵 실험을 이어갔다. 완성을 향하여 지속하는 과정이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압박의 고삐를 늦춘 적이 없다. 지난해 트럼프의 아시아 순방도 압박 강화의 일환이었다. 방한 시에도 돌출 언동을 자제했을 뿐 국회 연설을 통해 북한 지도부와 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검사 논고하듯 죄상을 장장 22분에 걸쳐 설파하였다. 귀국해서는 논고에 대해 판결이라도 하듯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하였다. 그 사이 동해에 3개 항공모함 전단을 보내 훈련을 하였다. 모두 일관된 행보다. 그러니 북한이 다시 도발한 것은 행로 상 마련된 것이고 미국의 일관된 행보에 대한 당연한 대응이었다. 새 미사일을 준비하고 트럼프의 순방을 기다려 응수하다 보니 75일이 지났을 것이다. 요컨대 지난 1년여의 경과는 북한의 도발과 미국 주도의 압박이 맞부딪힐 뿐 그 어느 시점에도 의미 있는 국면 전환의 기회는 없었다는 것이 냉정한 관찰이다. 맥락이 이런데도 이제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완성하였다니, 추가 도발만 없으면 북·미 협상이 가능하리라는 기대가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대가 충족되려면 미국 본토 타격 능력 과시 후 유리한 입지에서 담판한다는 북한식 협상 구도를 트럼프가 용납해야 하는데, 그럴 개연성은 적다. 트럼프는 상대를 곤경에 몰아넣는 구도에서만 협상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북 설득력은 밑바닥
한편 중국을 통한 북·미 대화 기대도 있으나 역시 개연성이 적다. 중국의 대북 설득력이 바닥을 쳤기 때문이다. 작년 시진핑(習近平)의 특사를 김정은이 만나주지 않은 일이 그 징표이다. 그간 북한이 중국의 제재 동참에 반발해 왔으므로 김정은이 중국 특사를 만날 가능성은 애당초 없었다고 봐야 한다. 이 점은 중국도 알았을 것이다. 중국이 진정 김정은 면담을 통해 국면 전환을 해볼 요량이었다면 정치국 상무위원 정도를 보냈어야 한다. 그러나 면담 불발을 우려한 중국은 모험을 피하고 장관급을 보낸 것인데, 역시나 김정은은 오불관언(吾不關焉)이었다. 그러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대화로 선회하였다. 미국에는 위협을 하고 한국에는 미국을 추종하지 말라고 하면서다. 그간 대화를 제안해 왔던 한국으로서는 남북대화를 기점으로 대화 국면을 북·미로 확산하고픈 의욕을 가질 법하다. 그러나 북한이 한·미 이간과 미국 고립을 겨냥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호응해 나오기 어렵다. 이처럼 북한·중국·한국이 주도하는 북·미 간 국면 전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오히려 개연성이 큰 시나리오는 긴장 속에서 북한과 미국이 서로 샅바를 유리하게 잡으려고 계속 대립하고, 충돌 가능성은 높아지는 것이다. 트럼프류의 게임 법칙은 위험을 불사해야 유리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니 충돌 직전이나 충돌 후 전쟁 위기가 엄습한 상황에서 북·미가 대좌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위험이 주도하는 국면 전환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중간 역할을 한다면 이 상황에서 일 것이다. 여건이 이렇다면 우리의 대응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대남 평화공세와 향후 지속할 북·미 긴장 그리고 충돌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 또 갑자기 도래할 수 있는 북·미 협상 국면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모두를 관통하는 운용 지침은 ‘비핵화에 도움이 되도록 ’일 것이다.
◇북한은 평화 공세로 한·미 분열 꾀해
그런데 우리 내부에는 대미 공조 때문에 긴장이 고조되고 우리의 운신이 제약되니 이를 희생하더라도 남북대화를 진전시켜 상황을 바꿔보자는 동력이 있다. 북한의 신년사는 이를 부추길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살폈듯 충돌 방지든 협상 전환이든 미국에 달려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조정하여 출로를 찾자는 구상도 미국에 좌우된다. 남북대화도 그 자체로는 국면을 전환하지 못한다. 미국과 공조 하에 추진해야 그나마 효용을 기대할 수 있다. 더구나 지금 미국은 괴팍한 지도자의 주도로 북한의 직접적 위협에 격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으로서 책무를 지고 있는데 북한은 통남봉미(通南封美)로 한·미 분열을 꾀하고 있다. 자칫 남·북한은 대화하고 북·미는 더 대립할 수 있다. 현실이 이러니 미국과 엇나가서는 국면 전환도 어렵고 비핵화에 득이 되도록 일을 풀기도 어렵다. 우리 입지도 좁아진다. 오히려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대미 외교에 공을 들여 결정적 순간에 트럼프의 미국을 만류할 외교 자산까지 축적해야 할 사정이다. 그동안 트럼프 방한 등 계기마다 그런 노력이 있었으나 현재의 공조는 깊다고 볼 수 없다. 트럼프는 방한 시 진정 심도 있는 북핵 협의는 피하려는 모습이었다. 더 내실 있는 조율을 해야 한다.
◇투 트랙 대북 접근 하나로 융합해야
기존의 하이브리드 접근도 현실에 맞춰 조정할 필요가 있다. 선거 때 구상대로 하려는 관성을 피해야 한다. 아이젠하워는 "계획(plan)은 쓸데없고 기획(planning)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계획은 실제 상황이 되면 무용하나 기획의 경험은 유용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기획의 경험을 살려 하이브리드 접근의 투 트랙 배합 비율을 현실적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그리고 더 나아가 투 트랙 접근을 지양하고 이를 하나로 융합한 정책 믹스를 마련한 후 이를 기초로 국내를 설득하고 국외에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싶다. 예컨대 미국의 요구가 2시 방향이고 국내 지지 기반이나 중국의 요구가 10시 방향이라고 할 때 하이브리드 식 접근을 하면 2시와 10시 방향을 오가는 정책 선택을 하게 된다. 그러나 12시 방향의 정책 믹스를 마련하면 정책의 정합성과 일관성, 예측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과 중국의 요구에 휘둘릴 소지도 줄어든다. 끝으로, 우리가 이처럼 현실에 맞게 정책을 조정하며 대미 외교를 하더라도 트럼프의 미국을 상대할 때는 누군가와의 연대가 필요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을 활용하여 미국을 만류하는 방안을 제기하나, 이것은 미·중 관계 실상이나 트럼프의 성향상 역풍의 소지가 크다. 오히려 미국의 동맹이자 트럼프와 긴밀하고 한반도 전쟁 가능성도 우려하는 일본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현 상황은 충돌을 배제할 수 없는 위기이고 우리의 운신 공간은 좁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파국은 막고 비핵화 협상 환경은 끌어내며 외교 입지는 키워야 한다. 냉정한 상황 인식과 현실적이고 유연한 대처가 어느 때 보다 요구되는 새해 벽두이다. (출처 : 중앙일보 2018.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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