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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鸛雀樓(관작루에 오르다) 王之渙

白日依山盡 붉은 해는 산을 의지해 다하고
黃河入海流 누런 강은 바다로 들어가 흐르는데
欲窮千里目 천리 더 멀리 바라보고자
更上一層樓.다시 더 한 층을 올라간네.


군자는 배운 사람일까, 배우는 사람일까. 논어에서 공자의 말을 들으면 답은 명확해 보인다. 제자들에게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 항상 나아가려는 존재로 살라고 당부했던 그의 말을 들으면 군자는 배운 사람이라기보다는 배우는 사람이라 생각된다. 완결된 존재가 아니라 과정적 존재. 스펙과 이력으로서의 학력이 아니라 배우는 힘, 배우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 학력(學歷)이 아니라 학력(學力)을 지닌. 배운 이력과 스펙으로서 학력(Academic background)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호학하는 열정, 언제든 배우려 하는 자세로서 학력(Scholastic ability)을 가진 사람이 군자이다.
學歷 아닌 學力이 가장 잘 드러난 시는 等鸛雀樓가 아닌가 싶다.
관작루는 중국 섬서성에 있는 누각으로 3층 건물이다. 누각에 오른 선비는 붉은 해가 산에 기대어 지고 유장한 황하가 끝없이 흘러가는 것을 시야에 두고 있다. 누런 황하가 바다로 들어가고자 흐른다는데 섬서성에서 어찌 바다가 보이겠는가? 황해까지 수 천리 먼 길인데 말이다. 상상을 하는 것이다. 이 강물이 흘러서 바다까지 갈 것이라고. 이렇게 광활한 풍경을 조망하는 선비는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가 본다. 왜? 천리 더 멀리 보고 싶기에. 천리 바깥의 풍경까지 바라보고 싶어서 그런다.
제1구와 2구는 2층에서 바라본 풍경. 2층에서 이미 유장한 풍경을 담아두고 있지만 선비는 천리 바깥의 풍경까지 보고 싶어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가 3층으로 가는데 거기서도 그는 만족하지 않는다, 더 멀리 보고자. 한층 더 올라서는 선비의 모습. 거기에서 끝없는 성장의 의지, 진취적인 기상이 엿보인다. 학문을 하는 이의 자세, 군자란 인물이 지닌 마음가짐과 몸가짐의 그 자세는 인생을 살아가는 자세이기도 하고 삶을 살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며 인간의 길- 인간도(人間道) 그 자체가 아닐까.
시 오만여수 당시 삼백수 중 검증에 검증을 거친 시들 중 이 오언율시는 기가 막힌 대구를 보여준다. 백(白)과 황(黃)이 대(對)를 이루고 해(日)와 강(河)이 대를 이루며 동사 의(依)와 입(入)이 대를 이루고 뫼(山)와 바다(海)가 대를 이루며 마지막 글자 동사 다하다 진(盡)과 흐르다 류(流)도 대를 이루는데 율시의 생명은 대구이다. 오언율시는 대구가 생명이고, 절묘한 대구를 만들기 위해서 율시를 짓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형식의 완전함과 아름다움 이전에 성장의 의지, 학력(學歷)이 아닌 학력(學力)을 노래하는 시이기에 가장 좋아하는 시라고 자신 있게 소개하는 시이다.
순자가 말했다. 절름발이 자라가 천리를 간다고. 자라가 그것도 절름발이가, 자라가 천리를 간다고 독려한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고 공부하면 누구든 이룰 수 있다고. 천리를 가는 그 자라는 학력이 아닌 학력을 가진 존재일 것이다. 위대한 시는 시에 표현된 감정을 읽는 이가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게 하는데 이 시를 읽으면 늘 천리 길을 나서기 위해 출발점에 선 자라가 되고는 한다. 나는 비록 절름발이 자라일지라도 학력을 잃지 않아 늘 한층 더 누각을 올라가려 애를 쓰는 자라가 되고 싶다. <임건순>


그런데 이 같은 논어의 해석에도 경계할 게 있다. 높은 데로 올라가야 잘 보인다는 말은 비유이지 뜻은 아니다. 가령 히말라야 8000m 정상이나 우주선을 타고 높은 데로 올라가서 봐야 온전하게 보인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안과 밖 등으로 전체를 감안해서 보는 능력을 말한 것으로 이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구에 존재하는 인간은 제마다 나름대로 學歷을 가지고 있으나 태어나서부터 죽도록까지 촌음을 아껴 배우고 또 배워도 미완의 존재에 불과하다. 그 점을 아는 게 學力이 아닐까. ( 2016.07.12 圓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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