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향 방촌마을의 별신제(別神祭)와 매귀(埋鬼)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안녕(安寧)과 주민들의 단합(團合)을 기원(祈願)하는 정월 대보름날의 전통풍속행사(傳統風俗行事)이다. 별신제(別神祭)는 여타 마을의 동제(洞祭), 당제(堂祭) 등과 토속적(土俗的) 의미는 비슷하나 절차는 양반 유교적(儒敎的)으로 다른 마을과 구별된다. 방촌마을에서는 농악이라고 하지 않고 액운(厄運)을 땅에 묻는다 하여 "매귀(埋鬼)" 라고 하며 방촌마을 만의 독특한 리듬(湖南右道 農樂)이 전해 지고 있는 등 전통적(傳統的) 가치가 있어 앞으로 계승(繼承) 발전(發展)시켜야 한다. 매년 방촌마을에서는 대동계(大同契) 주관으로 먼저 정월(正月) 초삼일(初三日)에 별신제(別神祭) 제관(祭官)을 망정하여 회관 앞에 게시 공고(公告)한다.

대보름날 생기복덕일(生氣福德日)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주요 제관(祭官)으로 망정(望定)하는데 제관(祭官)은 초헌관(初獻官), 아헌관(亞獻官), 종헌관(終獻官), 집례(執禮), 축관(祝官), 집사(執事) 2명, 화주(化主, 제사 제물을 준비하는 일명 유사) 등으로 과거에는 이를 엄격히 지켰으나, 1990년대 중반부터 늘 화주(化主)만 고생한다고 하여 화주가 초헌관(初獻官)을 겸(兼)하게 하여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망정된 제관(祭官)들은 별신제(別神祭)를 모실 때까지 궂은 일에 관여 하지 않고 몸을 깨끗이 하기 위해 장천재(長川齋)에서 기거하면서 벅수골(방촌 입구 鎭西大將軍이 위치한 곳) 주변 상잠산(傷岑山, 고려 懷州의 主山)에서 흐르는 계천(溪川) 물에 몸을 씻고, 마을 밖의 출입을 금(禁)하고 근신(謹身)하였으나 요사이는 집에서 행한다고 하니 액운(厄運)을 쫒기 위함의 몸가짐은 과거나 요즘이나 한결가치 같음을 짐작케 한다. 또한 初獻官(화주)의 집에는 금토(禁土)인 황토(黃土)를 깔고 대문에 창호지로 꼰 금(禁)줄을 쳐서 잡인(雜人)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고, 방촌마을 입구 벅수골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과 진서여장군(鎭西女將軍) 가슴에 창호지로 꼰 금(禁)줄을 쳐서 마을에 액운(厄運)을 차단함과 중요행사인 별신제(別神祭)를 告하고 있다. 마을 회관에서는 손 재능(才能)이 좋으신 어르신들이 모여 보름 前까지 매귀에 사용할 영기(令期) , 사령기(司令期), 덕석기, 대포수 (大砲手), 조리중 등과 꽹가리, 징, 장구, 북 등 농악기를 정비 한다. 특히 새롭게 고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2. 정월(正月) 14일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화주(化主) 집에 모여 별신제(別神祭) 제사에 쓰이는 홀기(笏記)와 축문(祝文)을 쓰고 허제비를 볏짚으로 만들고 한지에 붓으로 인형(人形)을 그려 허제비 얼굴에 덮는 식으로 만든다.

또 제물(祭物)을 담는 망태도 함께 만들어 오후에는 회관 입구 등전마을 논두렁에 허제비와 생 시누대나무를 세워 금(禁)줄을 친 사각 제단(祭壇)을 만들어 놓는다. 화주(化主) 집에 아녀자는 별신제(別神祭)에서 사용될 제물(祭物)을 준비한다. 요즘도 음식 할 때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보면 정성(精誠)과 액운(厄運)을 쫒기 위함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제찬(祭餐)으로는 조기, 병어, 장대(양태), 전어 등 생선, 꼬막, 돼지머리와 편육, 토란, 숙주, 고사리, 도라지 등등의 나물과 두부탕, 매생이탕이 곁들어진다. 편(떡)은 시루에 흰 백설기를 하는데 층 사이로 한지 (韓紙)를 깔아 층을 구분하여 집에서 직접 쪄서 준비한다.

3. 보름날 아침 식후에 매귀꾼들(30~40명)은 한복(韓服)을 입고 회관으로 나와 각자가 다루는 농악기 의상을 갖추고 상쇠 진행에 따라 회관 앞 광장에서 보름날 행사가 진행됨을 매귀(농악)를 친다.

이어서 제관 (祭官)과 매귀꾼들은 벅수골로 향하여 방촌 고개 입구, 일명 마사등(馬士嶝) 진서대장군(鎭西大將軍), 진서여장군(鎭西女將軍)에게 제사(祭祀)를 드려 한해 방촌마을의 무사안녕(無事安寧)을 기원(祈願)한다. 이어서 매귀꾼들은 화주(化主) 집에 들러 문굿, 마당굿, 샘굿, 성주굿, 장독굿, 정재(부엌) 굿 등을 한다.

(이중에 정재굿은 아직도 생각난다.∼∼ 상쇠 : “매귀여어 ∼∼∼∼”라고 하면 매귀꾼들은 : “다 함께 어이∼∼∼∼” 상쇠 : “영(迎)과 복(福)은 들이고 잡귀(雜鬼) 잡신(雜神)은 쳐내자, 온갖 잡귀 (雜鬼) 쳐내자, 군것 잡것 쳐내자. ”)

이어서 마당놀이를 하고 음식을 내 놓으면 술을 한잔씩 하고 다음 집으로 이동하여 똑 같은 형태의 마당 밟기 행사를 한다. 방촌마을의 보름날 행사는 과거 2000년 前까지는 2일간(陰 1. 15~16) 150호 전 가구를 직접 방문하여 마당 밟기를 하면서 집주인은 쌀 한 종지와 살림살이 형편에 따라서 일만원~일십만원을 대동계(大同契, 매귀계)에 내줘 마을 발전기금으로 사용한다. 또한 살림이 넉넉한 집에서 매귀꾼 들에게 술과 음식을 대접하여 수많은 동네 사람들이 참관(參觀) 하였던 것이 생생하다. 최근에는 보름날 당일 하루 마당 밞기를 하면서 집주인의 초청(招請)에 의해서 주로 행(行)해지고 있어 이는 가호(家戶,110호)가 많이 줄고 시대변화(時代變化)에 따라 간소화 되어가는 것을 알 수 있다.

 

4. 천관산(天冠山)에 해가 걸친 오후 3~4시경에 회관이 위치한 등전마을 입구 논에 매귀꾼들이 들어오고 상쇠의 리드로 매귀꾼들의 한판 놀이 후 “별신제(別神祭)” 제사 (祭祀)를 모신다. 제사(祭祀)는 집례(執禮)의 유교식(儒敎式) 진행 절차(節次)에 따라 초헌례 (初獻禮), 공축(工祝), 아헌례 (亞獻禮), 종헌례(終獻禮)로 진행된다.

음복례(飮福禮) 때 참관 마을사람들에게 약떡을 나누어 주었는데 어릴적에 어르신들은 “떡을 쪼그마케 주면서 적게 먹어야만이 약 (홍역 예방)이 된다.”고 하였던 것이 기억난다. 이는 많은 참관사람들 모두 나누어 먹어야 하고 복(福)을 함께 나누자 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이어서 제관(祭官)들은 허제비 망태에 제물(祭物)을 넉넉히 담아 횃불을 들고 매귀꾼들과 산저마을 앞 허제비골로 향하여 허제비를 소나무 밑 개천에 놓아두고 허제비에게 주잔을 드린 다음 안녕(安寧)을 구(救) 하고 돌아온다. 액(厄)을 버리면 별신제(別神祭) 제사(祭祀)는 끝난다. 허제비골 앞 개천은 방촌마을 밖의 평촌, 대평 마을로 이어져 물이 흘러 득량만(得粮灣) 바다로 유입된다. 과거 1991년 방촌마을 앞 논경지정리 전(前)에는 여름철 7~8월에 허제비골 앞 개천에 득량만(得粮灣)의 은어가 방촌 범산(虎山)마을 앞까지 올라와 때죽나무 열매를 풀어 은어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었던 추억도 있다.

5. 매귀꾼들은 마을에 돌아와서 다시 집집마다 마당 밟기 행사를 계속하고 마지막으로 마당밟기 하는 집에서는 시간을 오래 동안 두고 행사를 한다.

1980년 이전 (以前)에는 동네 아낙(아짐. 형수, 누님 등)들이 한복(韓服)을 모두 차려 입고 보름달 아래서 원형(圓形)을 그려 돌면서 “강강술래” 와 “진도아리랑” 창(唱)을 하곤했다. 첫날 대보름 행사 파장에는 “닭 떡국”이 최고의 별미(別味)였다. 이렇게 방촌사람들은 보름날에 다함께 행사를 갖고 다음날도 마당밟기 행사를 한다. 그 다음엔 하드레날(陰 2. 1) 매귀로 무사안녕(無事安寧)을 기원(祈願)행사를 갖은 후 농사(農事) 일에 전념하였다.

6. 1세대 (2000년 이전)에 활동하셨던 중요 매귀꾼을 살펴본다.
 1) 상쇠
 - 계형(啓馨, 1922∼작고) : 안항공 10대손
 - 재열(在烈, 1933∼작고) : 호(號) 남은(南隱), 안항공 11대손 고깔 만들기 재능 보유
 - 은환(銀煥,1924~1981) : 안항공 12대손

 - 대환(大煥, 1934~2016) : 호(號) 송제(松齊), 판서공 12대손
 - 연량(淵良, 1940~1988) : 호(號) 남정(南亭), 안항공 11대손
 - 임창모(任昌模, 1934∼ ) : 인척
 ⋇ 1980년 초반 년도까지 장평면 우산리 거주하는 백남인(수원인)氏 (동산 밑에 거주하였던 북꾼 信良 할아버님의 손위 처남)가 보름날 행사에 대동계(大同契) 초청으로 상쇠로 참여하였다.
 2) 징
 - 동량(東良, 1918~1988) : 호(號) 근포(勤圃), 안항공 11대손
 - 종환(鍾煥, 1932~2004) : 호(號) 가암(稼菴), 판서공 12대손
 - 수환(壽煥, 1934~ ) : 호(號) 석암(石岩) 행원문중 첨정공 12대손
 3) 장구
 - 사량(士良, 1924~1988) : 호(號) 광암(廣庵), 안항공 11대손
 - 종량(鍾良, 1928~작고) : 호(號) 청재(淸齋), 안항공 11대손
 - 염량(炎良, 1938~2005) : 호(號) 남경(南耕), 안항공 11대손
 - 수환(守煥, 1944~ ) : 호(號) 취산(翠山), 안항공 12대손

 - 성종(聖鍾, 1945~) : 안항공 13대손, 경기도 시흥시 거주

 - 숙환(淑煥, 1952~ ) : 안항공 12대손, 서울시 은평구 거주
 4) 북
 - 복량(福良, 1915~1989) : 호(號) 월초(月樵), 훈도공 11대손
 - 신량(信良, 1920~작고) : 안항공 11대손
 - 정환(正煥, 1924~ ) : 안항공 12대손
 5) 포수
 - 권량(權良, 1936~1997) : 안항공 11대손
 6) 조리중
 - 장환(璋煥, 1920~작고) : 판서공 12대손 12대손

 - 팔만(八萬, 1933~ ) : 호(號) 춘농(春農), 안항공 12대손

 - 성선(聖善, 1952~작고) : 판서공 13대손
 7) 영기(令期)
 - 외환(外煥, 1940~1995) 안항공 12대손
 - 계환(桂煥, 1942~ ) : 호(號) 계월(溪月), 쳥계공 12대손

7. 방촌마을 별신제(別神祭) 및 매귀(埋鬼)의 과제
 방촌마을 출신이라면 20代 청년시절 정월(正月) 보름날에 마당밟기 매귀 북꾼을 하면서 매생이탕과 닭 떡국 등 술과 음식을 먹었던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때에는 대부분의 각 마을마다 매귀와 동제(洞祭)가 있었으나 1970~1980년대를 거치면서 이농(離農)현상으로 인해서 기능이 전수(傳授) 되지 않고 농촌 거주민의 고령화(高齡化)로 인해 자연적으로 소멸(消滅)되었다. 방촌마을의 별신제別神祭)와 매귀는 대동계(大同契)의 주관과 마을주민들의 보존(保存) 의지(意志)가 강(强)하여 존속(尊屬) 유지(維持)되고 있다. 특히 2014년 11월(장성군), 2015년 11월(영암군), 2016년 11월(곡성군)에 개최된 제40, 41, 42회 전남민속예술축제에서 일반부 농악 장흥군 대표(代表)로 매년 출전(出戰)하여 입상(入賞)하는 등 현재까지 명맥(命脈)을 유지 지역사회(地域社會)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문화(傳統文化)가 전수(傳授) 및 계승(繼承)되려면 퇴직한 출향(出鄕) 방촌사람들의 귀향과 젊은 청장년들이 마을에 정착 거주하면서 현재 별신제(別神祭) 제사(祭祀) 절차(節次)와 매귀 재능(才能)을 보유(保有)하고 있는 상쇠 : 헌량 (憲良), 장구 : 수환(守煥) 등 (일부 부녀자들도 참여 ) 주민들로부터 체계적인 전수(傳授)가 중요한 과제라고 사료된다.

 

※사진 설명
1994(甲戌)년, 2015(乙未)년 정월 대보름날 별신제 및 매귀 행사 사진 일부 게재함.
 

사진·글 : 씨족문화연구위원 栢江 위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