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티베트문서(티베트文 法旨)
조계산 송광사 성보박물관에는 많은 의문이 들게 하는 “진기한 글씨”로 쓰인 문서가 하나 있다. 13세기 이래 송광사에 전해 내려오는 티베트문 법지(法旨)가 바로 그것이다.
이는 1965년 석진스님의 『대승선종조계산 송광사지』에서 사진과 더불어 처음으로 소개되었다. 문서의 크기는 가로 51㎝, 세로 77㎝이다. 13세기 말의 문서로, 송광사에서 700년 이상 내려오던 이 법지는 현재 크고 작은 6장의 종잇조각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색깔은 고르지 않아도 전체적으로 황색계의 밝은 갈색이며 종이의 두께와 색깔, 필체 등으로 보아 본래는 하나의 문서였다고 추정된다.
이 법지는 송광사 16국사 중 제6세조인 원감국사께서 충렬왕의 명으로 원나라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세조 쿠빌라이로부터 받아온 것이라 전한다. 지금까지 송광사에서는 이 문서에 대해서 ‘원감국사가 몽고에서 귀국할 때 그 신분을 보장하던 여행증’ 이라고 구전되어 왔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당시 원나라와 불교 교류가 활발했던 고려의 관계를 연구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기도 했다.
하지만 송광사 고경스님에 따르면, 최근 일본인 서지학자들의 연구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원감국사께서 세조 쿠빌라이에게 「상대원황제표(上大元皇帝表)」를 올려 어려운 사원경제를 알리고, 빼앗겼던 전답을 되돌려 받았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왔다. 장원 급제 후 외교관으로도 근무했던 국사의 빼어난 표문을 인정했기에, 황제가 대도로 초빙하여 선물한 것이다. 즉 이 법지는 원나라의 일본 정벌을 위해 막대한 전비와 군수물자를 감당해야 했던 당시, 예외없이 빼앗겼던 송광사의 전답 등을 되돌려주라는 황제의 제서(帝書)로 밝혀졌다.
원감국사는 이 법지를 통해 빼앗겼던 송광사를 되찾은 것이다. 또한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지니면서, 보기 드문 고려시대 고문서가 원감국사와 관련된 것은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 티베트문 법지는 보물 제1376호로 지정되어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사진과 판독 자료는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제공하였습니다.)
(글, 사진제공 苑谷 위상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