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송광사 감로암
순천 송광사에는 원감국사 충지가 창건했다는 감로암이 있다. 송광사 일주문 입구에서 북쪽으로 난 소로길을 따라 10분 정도만 걸으면 감로암에 도착한다. 송광사 대웅전에서는 종무소옆 산책로를 따라 400m 정도 거리다. 감로암은 대한불교조계종 제21교구 본사인 송광사의 산내 암자로, 순천시 송광면 신평리 조계산에 있는 절이다. 음력 1월 10일에는 사시(巳時: 9시~11시)에 이곳에서 원감국사의 제사를 올리고 있다.
원감국사(圓鑑國師,1226∼1292)는 장흥 위씨로 19세 때 장원급제하여 외교관으로 봉직하였으며 일본에도 다녀왔다. 29세에 득도하였고 원오국사의 뒤를 이어 수선사(송광사) 제6세주가 되었다. 시문에도 능하여 어록 등을 남겼다. 감로암은 원감국사 외에도 제8세 자각국사를 비롯해 수많은 고승 대덕이 주석하였던 기도도량이다. 근래에는 송광사의 염불원으로 지정되어 영험있는 염불 기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절은 원감국사가 수행한 적이 있는 김해 감로사(甘露寺)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창건 이후부터 조선 후기까지의 연혁은 전하지 않는다. 1842년(헌종 8) 혁암도순과 후원 등이 공루를 세웠으며, 1879년(고종 16)에 경원과 재신 등이 중창하고, 1920년에 성봉이 별실을 세웠으나 6.25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은 송광사를 중창하면서 폐사된 바 있다. 1971년 여신도 일심화가 시주하여 중건한 뒤 송광사 산내 유일의 비구니 수행도량이 되었다.
최근 2층 시멘트 건물인 관음전을 허물고 무량수전을 중창했다. 2014년 중창된 무량수전에는 목조 아미타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으며, 한켠에는 창건주인 원감국사와 자각국사의 진영을 봉안하고 있다. 유물로는 본당 남쪽 잔등에 원감국사비가 원형이 잘 보존된 거북 좌대 위에 설치되어 있다. 1314년에 세웠으나 파손되어 1701년에 다시 세웠다고 하며, 원감국사의 생애와 업적이 기록되어 있다.
한편 원감국사비의 거북 좌대 정면의 조계산 자락에는 국사의 보명탑이 자리잡고 있다. 감로암 아래의 임도처럼 보이는 산길을 500m 정도 오르다 편백나무숲 직전에 우측으로난 소로길로 들어서 좌측 능선을 향해 다시 700m 정도를 더 오르면 묘적암터에 도착한다. 이곳이 국사께서 입적하시기 바로 전까지 수행했던 사찰이다. 묘적암터에서 왼쪽으로 30m 정도 더 가면 국사의 보명탑이 자리잡고 있다.
원감국사의 보명탑은 조계산 능선을 뒤로하고 멀리 신평천과 송광사 계곡을 내려다보는 지세이다. 이곳이 송광사에서 가장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라고 한다. 풍수지리의 문외한이 보기에도 겹겹이 펼쳐진 산줄기와 계곡들이 감싼 모습이 명당처럼 느껴진다. 내려올 때는 묘적암터에서 경사진 산길을 따라 곧장 500m 정도를 내려와 편백나무숲 길로 나와도 된다.
최근 삼보사찰 순례차 송광사를 찾은 방문객들의 발길이 감로암까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창건주의 유적을 잘 간직하고 있어 더욱 매력적이다. 덕분에 무량수전의 원감국사 진영을 비롯하여, 절 앞의 원감국사비와 조계산 자락의 보명탑 등 다른 사찰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적들을 탐방할 수 있다. 또한 송광사에서 감로암을 오르내리는 옛길이 운치가 있으면서도 걷기에 적당한 거리여서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