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산 위정철 -
조선 후기 급격한 사회의 변동 속에서 平生을 三僻(人僻, 地僻, 姓僻)의 불우를 뛰어넘지 못하고 辛酸속에서 生을 마쳐야 했던 存齋公 伯珪 할아버지께서는 湖南의 대표적 實學者로서, 1970년대 들어와서 이종출 교수에 의해 그의 連時調 ‘農歌九章’이 소개되면서 비로소 學界에서 注目을 받기 시작했다.
필자 또한 公의 後孫으로서 훌륭한 祖上을 모시고 있다는 자부심과 뛰어난 문학적 가치를 지닌 작품을 발굴해서 학계에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存齋 伯珪 詩歌 硏究”로 碩士學位를 받았고,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존재공의 학문적 업적과 위상을 알리기 위해 博士課程에 入門하게 되었다.
存齋(1727~1798)公께서는 尤菴 송시열에서 屛溪 윤봉구로 이어지는 정통학맥의 嫡傳임을 자부했고 방촌에서 충청도 덕산까지의 千里길을 來往하면서 병계 윤봉구를 師門으로 정하고 性理學에 마음껏 精進하게 되었다.
존재공께서는 오직 科擧만을 염두에 두고 학문에 매진하였으나 당시 비리와 모순으로 얼룩진 과거시험장에서 더 이상 “들러리”를 설 수 없다는 생각에 39세때 進士及第를 끝으로 과거에 대한 꿈을 접고 방촌 門中社會로 回歸하게 된다.
그로부터 평생 학문과 講學著述로 세월을 보내면서 鄕村士族層으로서의 궁핍한 삶과 농민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당시 집권세력인 閥閱勢家들의 권세와 전횡을 비판하는 작품들을 많이 남기게 되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罪麥」,「麥對」,「靑麥行」,「年年行一」,「年年行二」,「與圖詩」,「구황식물연작」,「구황식품연작」,「自悔歌」,「農歌九章」등이 있다.
이 중에서 특히 농가구장은 연시조로서 다른 연시조에 비해 내용상과 형태상의 특이성으로 인해 학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작품중의 하나이다. 이 작품은 농업 노동의 현장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땀에 젖고 볕에 그을리는 농부들의 삶의 현장을 있는 그대로 그리고 있다. 전체가 9장으로 되어 있다.
“아침에 집을 나가서, 일을 하고, 다시 집에 돌아올 때까지”의 과정을 앞의 6수에서 읊고 “초가을의 들판을 순례하는 감회, 햇곡식의 맛을 보는 감회, 飮酒會의 감회와 흥취”를 뒤의 3수에서 잇대어 읊고 있다.
이 중에서 4장과 6장이 2003학년도 修能試驗에 출제되어 존재공의 위상과 더불어 그의 작품이 학계는 물론이요, 학생, 일반인에까지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은 우리 家門의 光榮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앞으로도 존재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져 국문학계에서는 물론이요,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작가요, 실학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대하면서 농가 4장과 6장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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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農歌九章은 9수의 각 장에 표제( 朝出, 適田, 耘草, 午憩, 點心, 夕歸, 初秋, 嘗新, 飮社 )가 붙어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다른 연시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현상으로, 存齋公께서 이 작품을 창작하면서 얼마나 많은 정성을 기울였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농번기의 하루 일과에 가을의 충만감을 얹어 놓은 구조를 이루고 있는, 이 작품은 기존의 士大夫 時調와는 다른 새로운 個性을 지니고 있다.
鄕村의 中小地主層으로서 鄕里에 기반을 두고 出仕와 隱居를 반복하면서 現實指向과 江湖指向이라는, 그들의 이상과 포부를 노래한 것이 아닌 현실적 田園 즉, 농민과의 밀착된 삶을 노래했고, 중앙의 표준어가 아닌 전라도 지방의 방언을 사용하여 토속적인 정감과 향토적인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평생을 정치적 현실에서 소외당한 채 鄕村士族層으로서의 풍요로운 삶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농민들 속에서 농민과 부대끼면서, 그들의 아픔을 몸과 마음으로 떠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적 아픔을, 고된 농삿일 속에서 땀흘려 거둔 수확의 기쁨을 통해 승화시킨 노래라 할 수 있다.
存齋公께서는 農歌九章 이외에도 농촌사회의 현실을 탁월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많은 詩文學 유산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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