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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재집에 나타난 청소년 교양필수 과목에 대한 고찰

                             -교과목과 학규 중심으로-

                                                                                     

 1. 들어가는 말

  존재집 제18153~154쪽에 수록된가숙학규(家塾學規)”편에는 청소년에 대한 교수법과 교육과목 프로그램이 잘 나타나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지식의 습득단계를 나이에 따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현장에서 모델로 제시한 세 가지 학교 규칙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2. 존재 선생의 교수법

 ‘여섯 살 이상의 어린아이는 가숙(家塾)에 들어와 한 가지 책을 범위를 정하여 읽게 하되 빨리 성취하기를 구하지 말고, 단지 서두르지 않고 편안히 무젖게 하여 성정(性情)을 배양하며 행동거지를 삼가도록 해야 한다. 재주와 성품이 노둔하더라도 심하게 꾸짖지 말고 자연스레 지혜가 열려서 깨닫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기술하여 교수법을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1) 학습목표 부여

 존재 선생이 추구하는 첫 번째 교수법은 학생에게 학습목표를 부여하는 것이다.

6살에 접어든 소년이 처음으로 서당에 공부하러 오면 먼저 한 가지 책을 선정하여 일정 기간(연간, 반기, 분기, , 주별, 일별) 동안 학습목표를 짜서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목표를 부여하고 범위를 정하는 것은 학습자와 피학습자 간에 동일한 생각을 갖게 하고 성취감을 주려는 의도이다. 여기서 생각이란 학습자와 피학습자의 적극적인 소통을 뜻하며 성취감이란 동기부여와 같은 당근책을 의미한다. 물론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목표를 주는 것은 아니며 학생의 기본 자질과 학습능력에 따라 차등화 되었다.

 

 2) 개인별 능력에 따른 차등관리

 목표가 주어지면 학습능력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소 처지는 학습능력자라도 빨리 나가도록 재촉을 하지 말고 서두르는 것을 경계했다. 오히려 학생이 편하게 천천히 학습량을 조절하도록 여유를 갖도록 지도했다. 조바심으로 학생의 성격이 삐뚤어지거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을 염려했다. 여기서 성정(性情)이란 사람의 마음씨를 말하는데 학습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편안하고, 무젖게 하여 행동이 바르게 성장하도록 내면의 자아형성에 치중하는 유교식 교수법의 일환이다.

 

 3) 자각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

 존재 선생은 전통적인 규율을 따르면서도 규율의 적용은 엄격하거나 강제적이라기보다 스스로 깨달음을 중시했다. 자각, 즉 스스로 깨닫기를 바라며 인내하는 것이 최상의 교수법이라 여겼다. 다양한 학생이 있다면 그 중에는 특출한 부류와 중간, 그리고 처지는 사람이 나타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처져서 재주와 성품이 무디고 어리석어도 꾸짖지 말고 환경이나 상황이 몸에 밸 때까지 자각하기를 인내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것은 학습자를 앞서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스스로 깨달아 알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제시했다. 조급하고 일방적이며 획일적인 교육법을 지양하고 쌍방이 소통하고 개개인의 눈높이에 따른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 교수법으로 평가된다. 이는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사람의 분류인 범인(凡人), 현인(賢人), 성인(聖人)의 세 단계 중 어릴 때부터 심성을 중시하고 덕성을 배우게 하려는 성인을 향한 유학의 전인적 교육방식이다.

  

  3. 나이에 따른 단계별 학습 프로그램

 존재 선생은 나이에 따른 단계적 교육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다. 5단계로 구별되는데 단계별 특성이 엿보인다.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 상식이랄까, 아니면 지식의 발전을 보여주는 과정이랄까! 천자문이나 4서나 5경 등은 과거시험을 목적으로 한 과목이라 이에 대해서는 함구화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반드시 숙지해야 할 필수 교양과목으로 아래서 설명할 과목을 신중히 선택했다. 당시에도 오늘날의 6, 3, 3, 4년 총 16년 학제와 흡사했는데 오늘날의 초등학교, 중학교 정도의 편제로 보면 된다.

   간지학(干支學)은 훈장(訓長)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6세 이상이며, 내용은 간지의 이름과 방위이다. 보첩학(譜牒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8세 이상이며, 내용은 세계(世系)와 내외 족파(族派)이다. 산수학(算數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대상은 10세 이상이며, 내용은 계산법이다. 사례학(四禮學)은 훈장이 가르침을 담당한다. 12세 이상은 상례(喪禮), 15세 이상은 사례(四禮)를 가르친다. 16세 이상은 재주와 품성에 따라 혹은 제술(製述), 혹은 강경(講經), 혹은 치례(治禮)를 가르친다. 만약 재주가 세 과목 가운데 어느 하나도 감당하지 못하는 자라면 모두 농사일을 배우게 한다.’라 기술하여 단계별 학습 프로그램을 명확히 제시했다.

 

 1) 1단계(6) 간지학

 간지학은 년, , , 시에 대한 이론이다. 존재 선생의 1단계 6세 교육 프로그램은 12갑자의 이름, 24시간의 방향, 사람의 인생주기인 60갑자 등에 주안점을 두었다. 왜 어린 나이에 간지학을 배우게 했을까? 문론 천자문은 이미 배웠다고 가정해도 과거시험에 나오는 45경을 미루고 여기에서 존재 선생의 뜻을 찾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조선시대 간지학이란 12 동물을 비유로 시간적 개념을 통해 과거, 현재, 미래를 배우게 했다. 더 나아가 1시간, 하루, 한 달, 1, 60년이라는 우주론을 어린 나이인 6세에 알려 주려는 뜻이다. 동서남북의 방향이라는 공간의 개념도 알게 하여 시간과 공간이 우주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임을 교육의 제1의 목표로 삼은 것이다. 이는 농경사회인 당시로서 천문학이나 우주론 같은 자연현상을 알아야 한다는 신념이 저변에 깔려 있었다.

  간지학(干支學)이란 12지신으로 알려진 동물들의 순서이다. 중국에서 창안되어 옛날에는 시간을 알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되었다. 12 동물로 띠를 정해 생명과 밀접한 관계를 지녔다고 생각했다. 12지간은 자(), (), (), (), (), (), (), (), (), (), (), ()로 쥐, , , 토끼, , , , , 원숭이, , , 돼지로 표현된다. 시간대별로 12지간에 시자를 붙여 자시, 축시, 인시 등으로 표현한다. 현재도 자주 사용하는 자정 혹은 정오라는 단어도 자주 사용되고 있다. 정오(正午)는 오시, 즉 오전 11~오후 1시를 말하는 것으로 낮12시를 의미하고 자정(子正)은 자시, 즉 오후 11~ 오전 1시의 가운데 시각을 말하는 것으로 오전 0시를 의미한다. 또한 응용 프로그램으로서 60갑자를 통해 인생의 유한성을 소년에게 심어주려 했다.

 

 2) 2단계(8) 보첩학

  간지학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개념를 배웠다면 그 다음은 사람에 대해 배우길 원했다. 나는 어디서 왔고 누구를 통해 태어났는가? 마치 철학적인 질문처럼 보인다. 천지라는 삼라만상을 알았다면 자연에 터를 삼아 살아가는 자신을 포함한 사람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존재 선생의 심오한 인본주의 사상이 담겨 있다. , 효에 대한 근본을 보첩에서 찾고자 했다. 또한 나 자신이 모여 가족을 구성하고 가족이 모여 종파가 되고 종파가 모여 문중이 된다는 것을 깨우치게 하여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여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자신이 서있는 곳의 가치를 스스로 알게 하려고 했다.

  보첩(譜牒)이란 한 성씨에 대해 혈연의 영속성을 체계적으로 기록한 족보를 말한다. 같은 조상임을 밝히고 피의 흐름을 통해 나란 존재를 인식하게 하는 가문의 역사책이다. 보첩(譜牒), 세보(世譜). 세계(世系). 가승(家承). 가첩(家牒) 등으로 불린다. 존재 선생은 보첩 중에서도 세계와 내외 족파라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세계(世系)란 한 문중의 혈통관계를 표시하기 위하여 이름을 계통적으로 나타내는 도표이고 족파(族派)란 시조로부터 시작하여 분파를 통해 나뉘는 종파의 최초 할아버지를 말한다. 우리 장흥위씨 문중으로 말하자면 21기준의 파조 할아버지를 일컫는다. 존재 선생은 아버지 쪽 족보와 더불어 어머니 쪽의 족보도 공부하라고 내외 보첩이란 글귀를 명시하고 있다. 또한 외자(外字)에는 어머니 쪽과 다른 성씨까지 광의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어릴 때부터 친가, 외가, 타 성씨에 대한 족보를 공부해서 뿌리를 아는 일이 중요하다는 경계이다.

 

 3) 3단계(10) 산수학

 산수학이란 수와 양의 모양과 셈을 다루는 수학적 계산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존재 선생은 내용을 계산법이라고 명시하여 학생들이 배워야 할 것은 수학의 초보적 부분에 국한했다. 수학의 분류 중 산수학(算數學)만 해당되고 기하학(幾何學), 대수학(代數學), 해석학(解析學)은 제외되었다.

  산수학은 1,2,3이라는 숫자부터 더하고, 빼고, 나누고, 곱하는 가감승제를 기초로 한다. 또한 넓이와 길이 등도 포함된다하겠다. 이는 당시 농경사회라도 최소한의 수리의 개념정도는 알아 객관적인 사고를 추구하도록 한 것이다. 또한 현상으로 보이는 세계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음을 산수학을 통해 알려 주고자 했다.

  가히 천재적인 신동으로서만이 할 수 있는 존재 선생의 비범함이 엿보인다. 당시 산수학과 같은 학문은 중인(中人)들이나 상인들에게 중요한 요소였으나 실질을 중시한 실학자다운 면모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실제 존재 선생은 산수와 그 중에서 숫자와 물품의 척도, 즉 말, , 전 등에 대해 밝아야 한다고 존재집에 기록하고 있다. 아래의 쌀, 상주, , 모시, 삼베, 목화 등을 세는 단위와 최고가와 최저가의 개념을 농민과 상인은 물품과 가격(price)과 가치(value)의 개념을 잘 알아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존재 선생은 존재집의 돈(錢布)이라는 글에서다만 값을 정해서 많아도 일정 수준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일정 수준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면, 농민도 병들지 않고 상인도 폐해를 입지 않을 것이다. 쌀은 많아도 5말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3말 아래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상주(常紬)는 많아도 4냥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3냥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정목(正木 품질이 매우 좋은 무명베)은 많아도 2냥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15전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모시는 많아도 4냥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3냥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삼베는 많아도 2냥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1냥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목화는 많아도 25전을 넘지 않게 하고, 적어도 8전 밑으로 내려가지 않게 한다. 대략 이와 같이 한다면 거의 이로움이 있을 것이다.’고 하여 농민이나 상인들도 기본적으로 계산에는 능통해야함을 간접적으로 표명하셨다. 필수 생활품의 최고가와 최저가를 정한 것으로 보아 시장에서 매겨지는 가격의 적정성을 보장함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가장 기초적인 산수학을 통해 정립된다고 여겼다.

 

 4) 4-1단계(12) 상례학(장례)

 예로부터 우리나라를 일컬어 동방예의지국이라 했고 부모님을 통해 무례하지 말라는 식의 교육을 자주 받아 왔다. 여기서 예란 바로 관혼상제를 말하는 사례(四禮)이다. 네 가지 중에서도 상례(喪禮)를 가장 중시했다. 왜냐하면 상례는 죽은 사람에 대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상례는 제례와 함께 효와 밀접해 유교문화의 결합되어 백성들의 저변생활을 사실상 지배했다.

  존재 선생께서도 유학자로 그 중에서도 경전의 원칙을 고수하는 원시유학을 숭상하셨기에 다른 유학자와 마찬가지로 상례를 으뜸으로 삼았다. 12세에 이르면 3년간이나 상례학에 대해 교양필수 과목으로 공부할 것을 강권했다. 현실의 삶을 끝내고 내세로 나아가는 전환점이 바로 상례이다. 상례는 국가나 종교에 따라 관념, 절차, 내용이 다른데 이는 우주관과 종교적 내세관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그만큼 상례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삶의 허무와 자신을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인 면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예서에 기록된 유교식 상례는 초종(初終), (), 소렴(小殮), 대렴(大殮), 성복(成服), 조상(弔喪), 문상(聞喪), 치장(治葬), 천구(遷柩), 발인(發靷), 급묘(及墓), 반곡(反哭), 우제(虞祭), 졸곡(卒哭), 부제(祔祭), 소상(小祥), 대상(大祥), 담제(禫祭), 길제(吉祭)19절차로 되어 있다.

 

 5 ) 4-2단계(15) 삼례학(성인식, 결혼, 제사)

 12세에 상례를 3년간 이론을 공부하고 실습을 통해 몸에 적응시켰다면 15세에 이르러서는 관례와, 혼례 및 제례에 대한 학습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바로 남자와 여자는 15세가 되면 관례(冠禮)를 하는 시기와 일치시켰다.

  관례란 상투를 틀고 갓(冠巾)을 쓰는 의식으로 남자아이가 관례를 행해 성인으로 대우하게 되었다. 여자아이에 대한 관례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절차로 계례(筓禮)를 했다. 관례는 가례(家禮)의 일부분으로 우리에게 정착되었다. 존재 선생께서 살다간 조선 후기는 예서에 기록되어 있는 관례를 행했다. 관례는 크게 세 부분인 바로 가례, 초례, 자관자례로 이루어져 있다. 우선 가례는 머리를 빗겨 올려 상투를 틀고 모자를 씌우고 옷을 갈아입히는 의례이다. 한마디로 성인식이라 할 수 있다. 초례는 술로써 예를 행하는 것으로 중간단계로서 술을 마시는 의식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여러 매체를 통해 보듯 다른 나라에서도 흡사한 것을 볼 수 있다. 술을 나누어 마시는 것은 어른이 되었고 집안을 보호하고 사회를 이끄는 중추가 되었다는 뜻이다. 자관자례는 관례자에게 새로운 이름으로 성인이 되었음을 공포한다.

  혼례(婚禮)는 결혼을 통해 남녀가 국가적으로 승인된 성적(性的), 경제적인 독립이다. 혼인과 동시에 두 사람은 독립된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넓게는 혼인할 때 두 사람의 생각보다는 부모들의 의사가 폭넓게 반영되는 두 집안의 결합이라서 혼인으로 인해서 친가와 처가라는 활동 범위가 배가된다. 이러한 혼례는 제도로서 정착되어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되었다.

  제례(祭禮)는 조상숭배로 조상에 대한 일련의 생각과 행동을 말한다. 제례는 제사라고도 하는데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이 죽음을 통해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육체는 없어도 저 세상에 존재하면서 이 세상과 관계를 계속한다는 것이다. 죽은 조상과 살아있는 자손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해 조상이 자손에게 복을 준다는 믿음에서 제례가 생겼다. 우리나라는 유교가 점차 정착함에 따라 효사상과 풍수사상이 결합하여 기복신앙으로 변화되는 풍조로 나아갔다. 예서(禮書)에서는 사당제(祠堂祭), 사시제(四時祭), 이제(禰祭), 기일제(忌日祭), 묘제(墓祭)로 제례를 구분하고 있다.

 

 6) 5단계(16) 제술, 강경, 치례(글쓰기, 경전암송, 4례 교육)

 15세에 1년간 사례 중 삼례인 관례, 혼례, 제례에 대해 공부했다면 비로소 16세에 이르러 6세부터 10년간 공부한 것을 평가받는 시기였다. 한마디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격이다. 존재 선생께서는 학생을 평가하는 목표를 세 가지로 정했다. 바로 시나 글을 짓는 제술(製述) 능력, 훈장이나 감독관 앞에서 45경 등의 어느 부분을 외우고 암기하는 강경(講經), 4례에 대해 이론과 실제로 행하는 치레(治禮)이다. 세 가지에 모두 합격하거나 두 가지에 능숙하면 좋지만 한 가지라도 미흡하면 16세에 이르러서는 공부는 이제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하라고 권유한다. 당시 농사가 일반화된 일이라 농사를 지으라고 명시했다.

  존재 선생의 이런 권유는 공부하는데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부에 전념한다면 개인에게나 가정, 국가에 큰 손실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소질과 능력에 따라 맞춤식 직업선택이 돋보인다. 16세 전후는 남녀가 모두 혼인에 이른 나이라 직업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여 진다. 위의 5단계 과목을 지금으로 따지자면 전공(필수, 선택), 교양(필수, 선택)으로 나누어 보자면 교양필수과목 쯤 되지 않을까 한다.

  조선시대 어린이들은 보통 6세에 서당에 들어가 10 년 정도 서당에서 공부했다. 오늘날 같으면 중학교 과정까지 서당에서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이 서당에서 공부하는 것은 보통 강독(講經)은 소리 내어 책을 읽는 것으로 천자문에서 시작해서 동몽선습, 격몽요결, 소학, 명심보감, 사서삼경, 사기 등이다. 제술(製述)은 글짓기와 논술, 습자(習字)는 글씨 쓰기 공부였다. 그런데 여기서 존재 선생의 교육과목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강경과 제술은 일치하나 습자를 치례로 변경해 학습에 임하도록 했다. 아마도 개혁적 실학자인 존재 선생의 입장에서 사례에 대한 이해가 현실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배워야 할 필수 교양과목으로 생각해 편성했다.

 

 4. 3대 학규

 국역 존재집 가숙학규에서 존재 선생은학규는 백록동(白鹿洞) 학규를 따르고, 훈몽(訓蒙)에 대한 절목(節目)동자수지(童子須知)를 따르며, 당장(堂長)과 장의(掌議)에 관한 여러 절목은 한결같이 율곡의 은병정사(隱屛精舍) 학규를 따르도록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면 왜 3대 학규를 모델로 삼았을까?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기로 하자.

 

 1) 백록동 학규의 교육이념

 존재 선생은학규는 백록동 학규를 따르고, 라고 명시했다. 당시 조선에는 향교, 성균관과 같은 국가교육기관과 서원, 서재, 서당과 같은 수많은 사설교육기관이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기장 먼저 백록동 학규를 으뜸으로 삼았을까? 백록동 학규는 성리학의 성립자 남송의 주희(朱熹) 선생이 지었다. 원시유교를 숭상하여 경전으로 돌아가야 성리학의 근본을 알 수 있다는 존재 선생의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 학생이 지켜야 할 5대 덕목, 학문하는 방법, 자신을 다스리는 법, 대인, 대물관계에 대한 내용 등이 치밀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또한 교육이념으로 손색이 없다. 성리학에서 추구하는 인재상이 바로 백록동 학규에 내재되어 있었다. 존재 선생의 혜안이 출중했다는 증거이다.

  전주향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백록동 학규를 간단히 살펴보면,

 오교지목(五敎之目)으로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 (朋友有信), 부자간에는 친함이 있고, 군신간에는 의리가 있고, 부부사이에는 분별이 있고, 어른과 아이사이에는 차례가 있고, 붕우간에는 신의가 있다.

  위학지서(爲學之序)으로 박학지(博學之), 심문지(審問之), 신사지(愼思之), 명변지(明辨之), 독행지(篤行之) 많은 것을 널리 배우고, 의심이 일어나면 꼭 묻고, 깊이깊이 생각해보고, 분명하게 구별을 하고, 철저히 실천한다. 이상은 학문하는 순서로서 배우고, 묻고, 생각하고, 구별하는 이 네 가지는 궁리(窮理)하는 일이다.

   수신지요(修身之要)로는 언충신(言忠信), 행독경(行篤敬), 징분질욕(懲忿窒欲), 천선개과(遷善改過), 말은 진실 되고 믿음 있게, 행실은 철저하면서도 신중하게, 북받치는 분을 절제하고 욕심을 막으며, 선한 쪽으로 나아가고 과실이 있으면 고친다. 이상은 수신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처사지요(處事之要)로는 정기의 불모기리(正其義 不謀其利), 명기도 불계기공(明其道 不計其功), 의리에 맞도록 만하고 이해는 따지지 말 것이며, 옳은 길만 택해 가고 공로를 계산에 넣지는 말라. 이상은 일 처리하는 데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접물지요(接物之要)로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행유부득 반구제기(行有不得 反求諸己), 내가 하고 싶지 않는 일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고, 하다가 잘 안 되는 일은 그 원인을 자기 자신에게 찾으라. 이상은 상대를 대하는 대 있어 중요한 교훈이다.

 

 2) 동자수지의 윤리지침

  '훈몽(訓蒙)에 대한 절목(節目)동자수지(童子須知)를 따르며, 라고 했다. 주희 선생이 어린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몸에 익혀야 할 것을 다섯 부분으로 설명한 것이다. 어린 학생이 지켜야 할 도리와 예절을 적은 책이다. 조선시대 때 어린이 교육에 널리 사용되었는데 존재 선생은 어린이가 반드시 알아야 하고 몸에 익숙하도록 꼭 필요한 행동지침이라 여겼다.

  내용은 모두 다섯 부분으로 의복관구(衣服冠屨), 언어보추(言語步趨), 쇄소연결(灑掃涓潔), 독서문자(讀書文字), 잡세사의(雜細事宜)로 이루어져 있다.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법, 부모님께 효도하는 법, 언어와 걸음걸이, 몸가짐, 음식, 의복과 갓 및 신발, 질서, 절제, 청결, 정리정돈과 청소, 책을 읽고 글자쓰기 등 독서의 자세, 학문을 대하는 자세 등에 대한 세세히 기록하고 있다. 학문의 큰 뜻도 소중하지만 어릴 때부터 주변정리 등 허드레 일부터 꼼꼼히 정리해야 하는 행동을 제시한 윤리도서이다.

 

  3) 은병정사 학규의 인사규정

 존재집에서 당장과 장의에 관한 여러 절목은 한결같이 율곡의 은병정사 학규를 따르도록 한다.’라고 명시했다. 율곡 이이 선생이 황해도 해주에 은병정사라는 서재(학교)를 지었다. 후진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주자의 무이구곡가(武夷九曲歌) <대은병(大隱屛)>의 글귀를 빌린 이름이다.

  존재 선생은 당장과 장의에 대한 여러 절차와 내용은 은병정사(隱屛精舍) 학규를 따르라고 하고 있다. 조선 후기 수많은 교육기관이 있었고 그곳에는 다양한 학교규칙이 있었는데 왜 하필이면 율곡 선생의 은병정사인가? 존재 선생은 노론계열인 율곡 선생의 학맥에 속한다. 존재 선생은 성리학의 학설 중 이기일원론을 비롯한 우주론, 인물성동이론, 사단칠정론 등에서 적극적으로 율곡 선생의 견해를 대부분 수용했다. 이런 학맥으로 자연스럽게 율곡의 은병정사 학규를 따르게 된 것이다.

  먼저 은병정사에는 21개 학칙이 있는데 아래는 전주향교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사규정을 첨부한다.

 '재 안에서 나이가 많고 지식이 있는 이 한사람을 추대하여 당장(堂長)으로 삼고, 또 같은 또래 가운데서 학식이 우수한 한 사람을 추대하여 장의(掌議)로 삼으며, 또 두 사람을 가려 유사(有司)로 삼고, 또 차례로 두 사람을 가려 직월(直月)로 삼는다. 당장과 장의와 유사는 연고가 없으면 갈지 말고 직월은 다달이 서로 교체한다. 무릇 재 안의 의논은 장의가 주도하여 당장에게 물어 본 뒤에 정하고(당장이 연고가 있어서 다른 곳에 있을 때는 모임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사람이 섭행(攝行 : 대리로 행함) 한다) 무릇 재 안의 물건 출납과 재직(齋直). 사환과 집기의 유무에 관한 일은 유사가 주관하고(유사가 아니면 마음대로 재직(齋直)을 불러서 단속하고 벌주는 일을 할 수 없다.) 모든 물건은 모두 장부에 기재하여 교체할 때는 새로 맡는 이에게 장부를 넘겨주고, 무릇 사재(師弟)와 벗들의 강론한 말은 모두 직월이 맡아 기록하여 뒤에 참고할 자료로 삼는다.’

   '직월(直月)은 선악을 기록하는 장부를 맡아 기록하되, 제생(諸生)들이 학재에 있을 적과 집에 있을 적의 한 소행을 자세히 살펴서, 만일 언행이 도리에 맞은 자와 학규(學規)를 위반한 자가 있으면 모두 기록하여 매월 초하루에 사장(師長)에게 올려 (무릇 학규를 위반한 자는 직월이 당장(堂長)과 장의(掌議)에게 알려서 함께 고치도록 꾸짖고 만일 고치지 않으면 곧 스승에게 고하고, 고치면 그 기록을 지워버리고 스승에게 고하지 않는다.) 선한 자는 권장을 하고 악한 자는 벌을 주어 가르치는데, 끝내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학재에서 축출한다.’라고 규정한다.

 

 5 나가는 말

 학습자를 배려하는 교수법, 청소년들이 반드시 배워야 할 교양필수 과목 프로그램, 유교식 인재를 양성하려는 학교의 제반 이념과 규정을 정리해 보았다. 존재집에 수록된 사강규(社講規), 집안의 사철 모여 술 마시는 규약(家中四時會飮規), 화수종회 규약(花樹宗會規), 계당 학규(溪堂學規) 4대 규약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장에서는 가숙 학규(家塾學規)편을 종합, 분석하였다. 존재 선생이 추구했던 조선후기 인재상을 조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碧泉 위윤기(35, 씨족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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